( 운하가 화란이 지키겠다고 자기 희생했다가
나중에 병원에서 화란이한테 개혼나는 게 보고싶어요 )
-百花爛漫, 花样年华-
前編
※대놓고는 아니지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정말 궁금하지 않습니까?"
"아, 또 뭐가요."
한창 파릇파릇한 신입 하나가 눈을 빛냈다.
어느 나라 그 어떤 곳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누군가 두명이 가깝게 지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도 이제 막 기대를 품고 들어갔던 곳이 은근 재미없는 곳이란 걸 깨달은 신입에게는 말이다.
"커플링을 그렇게-"
"2월 20일 자료 넘겼어요?"
"2월 25일 아니었어요..?"
신입이 맹한 눈을 하고서 대답하자, 선배되는 사람은 답답한 듯 꾸짖었다.
"아니, 그러니까 허구한 날 남이 누구랑 사귀는지나 궁금해하니까 하나씩 빼뜨리잖아! 얼른 서류 정리해서 넘겨요! 어우!"
경찰도 한 번 들어오자 평범한 회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많은 것이 다르지만 같이 좀 지내면 동료들이랑 가까워지는 것도, 사회생활 하는 것도 결국은 다 비슷했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오신 깐깐한 분 손에서 커플링을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참이었다.
"이번에 회의 규모가 얼마나 큰데 아직도 그걸 못하고 있어요."
"거기 그분 오시죠?"
신입이 기대가 잔뜩 묻어나는 얼굴을 했다. 그 신입이 관심있는 사람은 요즘 한 명 뿐이었다.
건들게 되는 족족 성과를 올려, 요근래 들어 경찰들 내에서 유명인사였다.
그리고 그 깐깐한 원칙주의자적인 모습도 경찰 안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눈에 띄었다.
" 저 그분 애인이 어떤 분일지 진짜 궁금하지 말입니다."
"말 가려서 해요, 주변에 야오 경위님 얘기 들을 귀 많아."
"다들 궁금해 한다니까요? 직접 발로 뛰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걸렸던 양아치 놈들이랑 마주친 적이 있다고 하고."
신입은 종종걸음으로 선배를 따라 이동했다.
"그 중에 그 완전 생긴 거 특이한 애 있었잖아요, 눈에 띄던 새끼.. 막 흉터 달고 셔츠 풀어헤쳐선.. 전에 딱 눈치 깠지 말입니다."
"또 헛소리하신다.."
"시원시원한 성격인데, 야오 경위님에게만 그으렇게 지켜보다가 제가 뭐 봤는지 알아요?"
선배는 어느새 신입이 하는 얘기에 흥미가 생겼는지 남몰래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지루한 사회생활 내에 연애 소식은 어떤 뜻으로든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걔, 귀 빨개지는 거 봤어요."
선배는 입 끝을 씰룩였다.
"어떡하냐~ 경위님 애인 있으신데~"
"아유, 조용히 좀 말해요."
둘은 이미 신나서 키득키득거리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선배의 딱딱하던 태도도 조금은 누그러져 신입과 함께 웃고 있었다.
"근데 정말로 어떡해요? 나중에 막 어? 고백받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드라마같이 나 애인있어요 하고.."
둘은 프린트기가 있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하필 프린터기가 고장나 준 덕에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어, 신입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서류를 프린트하려는 순간 다른 선배들은 급한 전화를 받고 어딘가로 뛰쳐나갔고, 얼떨결에 신입도 따라나가게 됐다.
지금껏 계속 얘기하고 있었던 야오 화란 경위님이 신고한 총격전이란다.
경찰들이 떼거지로 몰려왔다.
이 근처에 용의자가 숨어들었다고 했다. 그걸 찾으러 왔는데, 당장 자기까지 의심받게 되어 운하는 매우 기분이 불쾌했다.
시간 뺏긴 것도 모자라서 주변을 전부 헤집어 놓고 다니니 이후에 수습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러려고 정보를 넘겨준 게 아닌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 주변 뒷골목에서 내로라하던 해결사였는데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자기를 전부터 경찰에 들어오라고 유혹하던 어느 아리따운 경찰분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 생각하는데 이젠 콩깍지가 아주 자연스럽게 끼게 되었다.
'아냐, 예쁜 건 콩깍지가 아니지. 사실인걸.'
담배를 피며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다른 형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절대 함께 만난 적이 없었던 이가 보였다.
'아란,'
수사하던 형사들이 꾸벅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화란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더니 운하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왔다. 운하는 화란을 골목 안쪽으로 유인했다.
인적이 드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람이 과연 다니기는 할까 싶은 골목을 화란이 돌자, 곧바로 그 뒤에 숨어있던 운하가 화란을 낚아채듯 품에 안아 키스했다.
"...지금은 사건 조사차 나와있는 겁니다."
"너무 반가워서..."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는 척해도 괜찮겠나?"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습니다."
화란은 어두침침한 뒷골목에서 운하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잠시 안겨있었다.
아직 야근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피곤했다. 주변에 자신을 띠껍게 여기며 빽빽 울어대는 게 여간 심한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운하를 뒤로하고 골목에서 나오던 찰나, 화란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골목 안에서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마스크까지 챙겨쓴, 그야말로 수상하게 생긴 놈과 시선이 맏닿았다.
찰나의 시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놈은 곧바로 뛰기 시작했다.
"쟤는..."
운하의 짧은 한마디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했다.
그는 지금껏 경찰들이 노리고 있던 용의자였다.
"잡아!"
그놈을 발견한 형사들이 죄다 뛰었고, 순식간에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되었다. 그 용의자가 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탕, 총소리가 몇 번 울리자 경찰들이 모두 주춤하기 시작했다.
지원을 요청하는 소리, 상대가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무전음이 오갔다. 목소리에선 다급함과 초조함이 잔뜩 베어져 나왔다.
화란은 총을 빼들고서 그가 어디로 달아나는지 눈여겨보았다. 화란이 잘 알아뒀던 인적없는 뒷골목길로 그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화란이 눈짓하자 운하도 고개를 끄덕이고서 먼저 달려나갔다.
골목길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게 어설픈 걸로 보아, 이 주변은 역시 익숙치 않아 보였다.
그렇게되면 상황은 이쪽에게 유리해진다. 이 주변을 꿰고 있는 운하에게 있어서 그를 몰아넣는 것쯤은 손쉬운 일이었다.
그 바보같은 놈은 손에 총을 들고서도 빠른 속도로 자기를 따라잡는 놈이 있자 그저 뛰는 데에만 신경썼다. 덕분에 신경쓰지 않고 따라잡기에는 편했다.
"뭘.. 이렇게까지.. 도망을.."
운하는 헉, 헉 숨을 몰아쉬며 구석에 몰린 놈을 노려보았다. 이 새끼를 화란이 쫓게 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요하게 도망을 갔었다.
"으윽..!"
이 용의자라는 사람은 운하도 잘 아는 놈이었다.
옛날에 마주치게 되었을 적에는 주변에 피해를 많이 입히는 일만 생각해, 만약 민간인들이 많은 곳에서 총이라도 쥐게 되면 무차별 사격이라도 할 놈이었다. 그런데 워낙에 정신력은 좋아가지고, 담배 연기로 환각능력을 사용해도 이질감을 곧잘 느껴 운하에게 있어선 성가실 수 있는 놈이었다.
약골이라 다행이지.
뒤에서는 경찰들이 마구잡이로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눈 앞에 있는 놈도 슬슬 한계라는 걸 인정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운하는 되도록 화란이 오기 전에 이 자식이 도망치는 것을 포기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잘 풀릴 리가 없다.
고놈은 운하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곤 몇 발 남지 않았을 총을 천천히 꺼내들었다. 그 미소에는 기운이 빠진 얼굴로 잡혀야겠다, 라는 포기가 아닌 여기서 그냥 다 죽자라는 뜻이 담겨있었다.
운하가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것은 뒤늦게 따라온 경찰들을 앞장 서 있던 화란의 모습이었다.
화란은 지원요청을 마친 다른 이들과 합류해 이들이 있는 골목으로 뛰어들어왔다. 만일을 대비해 형사들이 여러 군데로 흩어져서인지 이곳으로 모인 경찰은 총 합쳐 몇 명 되지 않았다.
화란의 눈에는 기분 나쁜 용의자의 미소가 비쳤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야오 화란의 새벽과도 같은 보랏빛 눈동자를 보고서 웃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손에 쥔 총까지.
"다들 조심하십시오! 총기를 꺼내들-"
화란이 뒤를 돌아 형사들에게 주의를 주려고 할 때, 그의 말을 끊는 총소리가 울렸다.
경찰들은 손에 들고 있던 총을 고쳐들고서 급히 상황 파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둘러볼 것도 없이, 화란의 눈은 골목길을 볼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두침침한 골목길에 서 있던 기분 나쁜 용의자가 아닌, 흰색 셔츠가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서늘한 공기를 흔들어놓은 총소리가 뒤이어 몇 번 더 울렸다.
하지만 그 소리는 화란의 귀에 들리지가 않았다. 총알이 떨어져 틱틱대는 소리가 날 때까지 그는 멍하게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되게 아프네, 어윽.."
"아악..!"
화란의 앞에 서 있던 운하는 오른쪽 팔을 축 늘어뜨리고서 뒤를 돌아 사격했다. 손에서 총이 튕겨나간 놈은 바닥에서 쓰러져 손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했다.
"우, 운하.."
화란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부름과 동시에, 뒤에 있던 경찰들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총을 꽤 많이 쐈을 텐데도 주변에 맞은 사람은 물론, 벽에 흠집마저 나지 않은 걸 이상하다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경찰이 들어올리려고 하자, 한순간 푸른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 환영처럼 생겨난 것만 같았다. 그러고는 주변의 상황이 다른 것이 확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닥의 쓰러져 있던 놈은 쓰러져 있는 방향이 90도 돌아가 있었다. 경찰들 쪽이 아닌, 그 옆의 골목 벽을 향해 서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 곳은 당연히, 잔뜩 총 자국이 난 벽이었다. 붉은 셔츠에 흰색 얼룩이 진 것 같은 옷을 입은 남자가 벽에 기댄 채 쓰러져 겨우 숨을 내쉬고 있었다.
화란의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사람은 아지랑이와 같이 사라졌고, 피가 몇 배는 더 번진 셔츠를 입고서 저쪽 벽에 기대어 있었다.
"허억..."
색색 숨만 겨우 내쉬던 운하는 조심스레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제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내려놓았다.
화란은 눈앞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
담배꽁초에서 희미한 푸른 빛이 꺼지고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운하는 이곳에 있던 인원 전부에게, 아마도 공지에 몰린 놈에게 걸기 위해 환각을 걸어, 경찰들이 있던 쪽으로 총알이 향하지 않도록 했을 것이다.
온통 자기에게만 향하도록.
화란은 운하에게 달려나가는 와중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한 대 욕이라도 갈겨주고 싶은 저놈에게만 아예 환각을 걸 수는 없었을까? 다른 방법도 많았을 텐데!
"운하..!"
뭐라 말하고 싶은데 입이 잘 떨어지질 않았다. 화란은 운하가 잡고 있는 그의 팔을 떨리는 손으로 잡아주었다. 역겨울 정도로 따뜻한 피가 잔뜩 묻어나왔다.
"어찌된 일입니까, 대체...!!"
"누, 누르지 말게나.. 아파..."
화란에게는 주변의 상황은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만이 제 머릿속에 가득 차 정신이 멍해질 지경이었다. 이럴 때일 수록 정신 차려야 하는데, 운하의 가느다란 숨소리가 귀에 들릴 때마다 점점 더 마음이 옥죄어왔다.
"상황 설명을 좀 해 봐..! 아냐, 구급차부터... 뭐 해, 얼른 구급차 불러!!"
화란은 점점 머릿속에서 짜증이 올라오는 걸 느껴, 한창 주변을 둘러보던 경찰관들에게 소리쳤다.
"허억, 그, 미안해, 걔가..."
"운하, 얘, 얘기하고 말고 잠시만.. 조용히 숨 쉬어.. 응? 나중에 얘기하고.."
더 많은 경찰들이 지원요청을 받고, 구급차까지 달려온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많은 경찰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피해 현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곧바로 어우선해져, 다들 피범벅이 된 운하와 총알이 박힌 벽을 보고 놀라는 경찰이 한둘이 아니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역시 운하와 똑같이 피범벅이 되어있던 화란이었다. 다들 깜짝 놀라서 화란의 상처를 살폈는데, 정작 화란은 제대로 대답할 상황조차 아니었다. 재빨리 운하가 올라탄 구급차에 함께 올라타선 그 뒤로 다시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지난 뒤였다.
"...대박... 선배님, 봤어요?"
한창 프린터기 앞에 붙어있던 신입이 자신의 선배 옆에 꼭 붙어서 감탄사를 흘렸다.
"저 경위님께서 반말 쓰는 거 처음 봤지 말입니다..."
선배는 그저 입만 떡 벌리고 있었다.
화란은 화분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렇게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 지키겠다고 희생한 거라고?"
"그러니까, 이전에도 그런 얘기 돌았었어..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었는데 총을 쐈더니 인형에 맞았는지 벽에 맞았는지 그 느낌을 다 감지를..."
"그러니까 피해 안 가게 하겠답시고 네 몸 던진 거라고?"
운하는 병원 침대 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누워 있었다. 총알이 급소는 다 피해가서 입원하기에도 애매한 걸, 화란이 강제로 일주일 내내 입원시켰다. 굳이 바쁘면 오지 않으면 될 것을, 화란은 굳이 운하 병실에까지 서류를 들고와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리고 한창 움직이던 손은 멈춘지 오래였고, 눈을 치켜뜨고서 운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운하는 멍청하게도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참, 급소를 어떻게 다 피할 수 있었는지.. 역시 자네가 옆에 있어서 그랬..."
운하는 화란의 얼굴을 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아란..."
화란은 눈가가 붉어져 운하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 아란,"
운하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화란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더 빨랐다.
화란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종이뭉치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운하는 조심스레 일어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게, 자, 잠시만.."
화란은 작게 하, 탄식하더니 말했다.
"할 얘기 없는 것 같으니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란..! 자, 잠시만.."
운하는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전남친 마냥 화란의 옷소매를 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그가 화난 건 알았어도 이유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또 어디서 잘못한 거지? 총알이 빗나갔나? 화란이 자기에게 신경쓰는 게 다른 경찰들에게 보여서 문제라도 되었다던가.
"이거 놓으십시오."
화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인상을 쓰고 있는 걸로 봐선 상당히 화가 났다는 거겠지. 운하와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운하는 눈을 깜빡이며 몸을 가까이 해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나, 내가.."
"멀쩡히 걸어다니실 수 있는 걸 보니 아직 덜 아팠나 봅니다."
화란은 괜히 속 안이 불편했다. 화도 나고, 눈물도 날 것을 겨우 참아냈고, 무엇보다도 병원까지 오는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걱정을 했었는데. 혹시나 어떻게 될까 마음 졸이던 게 확 풀려 겨우 진정시킬려고 챙겨온 서류 작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하나도 제대로 헤치운 건 없었고 진정도 되지 않았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아란, 화난 것 같은데 이유를 알려줄 수는 없나?"
운하가 하는 말이 화란에게는 얼마나 뻔뻔하게 들렸을까. 헛웃음이 나오려던 걸 참았더니, 이번엔 눈물이 흐르는 걸 막지 못했다.
"제가.. 내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알고 그러는 거야? 지금 장난해? 너만 다치고 끝낼 수 있었다면 내가 무사했다고 좋아했겠어? 어?"
화란이 서러웠던 마음을 쏟아내자 운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 나는 그냥.."
"조용히 해! 너 걱정하는 나는 어쩌라고!"
화란은 팔에 힘이 빠지려는 걸 느껴, 손에 힘을 꾹 주고서 가방끈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서 가방을 놓치게 되면 바로 운하의 품에 안겨들게 될까 봐.
하지만 그 전에도 운하가 먼저 그를 품 속에 가둬버렸다.
"내가, 내가 미안해.. 걱정을 그,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잊고 있었어..."
운하는 얼떨떨한 마음에 화란을 품에 가두고서 말을 더듬거렸다. 이런 기분이 처음이었던지라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몰랐다. 괜히 코가 시큼거리고 바닥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걸 봐선 자기도 울고있구나, 싶었다.
"미안하네.. 걱정 많이 했었나..?"
"...당연한 거 아닌가?"
화란은 잔뜩 짜증이 묻어나는 말투로 운하를 향해 쏘아붙였다.
내심 기쁘면서도 눈물이 계속 나는 건 왜일까. 붉은 머리릐 사람은 자기 머리색 만큼이나 눈가와 귀끝을 물들여 있는 힘껏 자기를 걱정해 준 부분을 기뻐하고, 또 미안해하고 있었다.
"미안해... 기분이 계속 안 좋을 건 물론 이해하니까, 그, 일단 나중에 또 사과할 테니까.."
화란은 운하의 말에 반응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나중에 얘기해, 그럼. 내가 말하는 건 일단 다 듣고.."
"응응."
화란의 기분이 풀리는 건가 싶어 운하는 배시시 웃음이 지어졌다. 누가 뭐라 해도 역시 화란은 사랑스러운 그의 연
"퇴원하면 바로 기분 풀릴 때까지 각방 쓸 테니까 그렇게 알고. 여기서 제가 나간 뒤에 먼저 말 걸기 전까지는 아는 척도 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까?"
화란은 그도 모르게 평소와 같은 딱딱한 높임말로 말했다. 운하는 엉거주춤하여 화란을 끌어안고 있던 자세가 이상하게 되었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
"대답."
"...넹.."
상처가 다시 벌어져 환자복을 붉게 물들이자, 이 뒤에 바로 들어온 간호사가 성을 냈다.
그리고, 열린 문 뒤로는 어정쩡하게 무언가 파일을 들고 서 있는 형사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아직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었고, 한 명은 그 바로 위 선배되는 사람이었다.
대충 사건이 어떻게 벌어진 건지 들으러 병실까지 찾아왔다가, 드라마 한 편을 엿듣게 되었던 것이다.
신입은 옆으로 길게 묶은 푸른 머리칼로 쭉쭉 올라가던 자신의 입꼬리를 감추느라 바빴다.
흑발의 선배는 옆구리를 찔러 주의를 주었지만 이 둘이 있었다는 걸 화란이 알아챈 것은 조금 더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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