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그림보고 화란밀다심경 읊으며 이마탁 무릎탁탁 치며

사심 가득 담아 마음 가는 대로 쓴 해결사 x 경찰 썰)

 

 

 

 

 

 

- 涉于春氷, 沐雨櫛風 -

 

 

 

 

 

同舟濟江 동주제강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다.

 :원수끼리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는 같은 배를 타고 

서로 협조하게 된다는 말.

 

 

 

 

 

 


 

 

 

 

 "아... 이게 뭐야, 옷이 다 더러워졌지 않나.."

 

 탄환 소리가 적막을 찢고서 제일 먼저 나온 말이었다.짧게 혀를 차는 소리에 이어, 그 공간을 울리는 구둣소리가 우르르 들린다.

 

 "그쪽이 원하는 대로 했으니까 알아서 치우던가 하게. ..아..."

 

 얼굴에 잔뜩 난 흉터와 날카로운 봐도 불량배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귀걸이며, 목걸이까지.. 껄렁한 모습인 그는 이 구역 내에서 아는 사람들만 아는 해결사였다.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한다는 점이 있지만..일처리가 너무나 빠르고 확실하다는 부분이 다들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그에게 일거리를 준 자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겨우 가려던 그를 잠시 붙잡았다.한쪽만 길게 내려온 앞머리 뒤로 표정이, 흉터가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차피 어떤 얘기를 할 지도 다들 알고 있었고, 대답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싫었던 거다.

 

 "우, 우리 쪽에..."

 

 "야."

 

 많은 쪽에서 탐내는 인재였기에, 결국은 자기네들 쪽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한 번 삐뚤어졌던 얼굴은 꽤나 건방지게 변했다.

 그 한 마디에 다들 입을 다물었고, 그 건방진 자는 대외용 미소를 한 번 씩 지어주었다.

 

 "바쁘니까, 먼저 가보겠네. 수고들 하고."

 

 묵운하라고?

 그를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나름 사교성도 좋은 사람이었다.

 워낙 단독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고, 다들 알고는 있지만 최근에는 그를 회유하기가 더욱 힘들어져 여러 조직이 필사적이었다.

 

 '뒷쪽'에서만 잘 해오던 일을 딱 한 번, 너무 대놓고 저지른 적이 있었다.

 운하는 그 때 관계가 없던 인물이었지만, 이름을 좀 날려서 그런지 무려 검찰 쪽에서 접촉해온 적이 생겨버렸다.

 

 그 뒤론 검찰 쪽에서 주시하는 바람에 마음껏 활개를 치던 자들도 구석에 숨어 눈치만 보고 있다.

 다들 예민한 상황에서 여러 정보를 쥐고 있는 운하에게 검찰이 접근한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서 적색 신호였다.

 일이 생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인물은 검찰 쪽에서도 꽤나 성가신 이였다.

 

 그 누구도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운하를 만나기 전부터 족집게처럼 터질 일을 예감하더니 점점 해결한 건수가 많아졌다.

 

 "아...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검은 바지지만 들키려나..."

 

 아무렇지 않게 짧은 비속어가 나왔다.

 

 조직이 커지면 커질 수록 벌이는 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검찰 쪽 시선에 닿아버린 것도 그 조직 때문이었고, 마침내 자기들 살겠다고 한 번 운하를 배신한 적이 있었더랬지.

 

 '아무 일 없었다고 하려 했는데.. 이러면 나 방금 사람 하나 묻어버리고 왔어요~ 하고 대놓고 광고하는 거나 다름 없군..'

 

 그렇게 만났다.

 

 하지만 같은 조직을 쫓다가 만난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절대 바로 섞일 수가 없었다.

 

 '양아치와 모범생.'

 

 운하의 첫인상은 그랬다고 한다.

 상대가 상대인 것도 있었고, 급한 대로 인사나 하고 자기 하던 대로 일처리 좀 했다고.. 방해도 적잖이 받았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방해였다.

 

 '기다리십시오, 가 10번... 미쳤습니까, 가 1번.. 제 쪽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가 5번 정도였나...'

 

 운하는 골목의 돌멩이를 걷어차며 속으로 그와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검찰인 그의 입장에선 당연히 그냥 두고볼 수는 없는 행동이 많았겠지. 이해는 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처음에는 성가셔서 목표만 대강 달성하면 어떻게 해버릴까 싶은 기분도 있었지만..

 지금과 비교해보면 그때는 꽤나 날이 서있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

 

 "앗,...."

 

 그야..

 

 "....전에 한 약속은 그새 얼빠진 머리로 다 잊어버렸나 봅니다."

 

 지금 이렇게 그를 만나려고 일부러 준비까지 하려던 참이었으니까.

 

 "그, 그게 아니라..! 우선 들어보게.. 별일 아니었고, 어쩌다가 옷에 피가 튄.."

 

 거기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고 말하던 느긋한 웃음과 함께 넘길 수도 있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변명까지 늘어놓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옷에 피가 튀었다는 얘기가 아니었는데, 그리 바로 말씀해 주시다니. 알고는 있었나 봅니다."

 

 뜨끔.

 운하는 말없이 시선을 땅으로 내렸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가기나 하겠습니다. 우선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감시원들은..."

 

 운하가 옷에 피를 묻혀오건, 말건 눈 앞의 사람은 먼저 작전을 설명했다. 작전이라기 보다는 그 주변에 대한 정보였지만, 거의 모든 돌발적 상황에 대한 대비책까지 정리한 건 그냥 잘 짜진 작전이 아닌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차분한 이성적인 면을 유지하는 그의 이름, 야오 화란이었다.

 

 분명 이전에 몇몇번 화란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었다.

 당연히 운하는 그에 신경쓰지 않고 몸으로 정면 돌파 해 버렸고...

 

 '미쳤습니까, 란 말을 그때 들었었나..'

 

 그런 상황이 퍽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번에는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저렇게까지 알아보려면 고생 깨나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란이 말하는 걸 앞으로 좀 더 잘 들어야 하나...

 

 남의 말은 얌전히 듣고 지내질 못하는 편이지만, 화란의 말은 어쩐지 잘 듣고 지내야 할 것 같았다.

 뭐, 어차피 잠시 협력할 사이인데 같이 의견을 맞춰 가는 건 당연하니까.

 그렇게 속으로 괜히 변명도 해본다.

 

 그날은 대충 화란이 구해온 정보가 사실인지 알아내는 것뿐이었던지라, 일은 금방 끝났다.

 

 폐건물 밖으로 여유롭게 나온 둘은 한창 지기 시작하는 해를 등졌다.

 운하는 자연스럽게 노을이 스며든 화란의 머리칼을 보았다.

 원래 진주빛이었어서 그런가, 노을 그림자가 스며들어서도 꽤나 우아하게 빛나는 머리카락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큰 일을 일으키지 않은 게 참 다행인 것 같군요."

 

 "누가들으면 평소에 내가 매일 사고나 치고 다니는 줄 알겠군."

 

 "맞습니다."

 

 운하는 화란이랑만 있게되면 그 자신의 마음마저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살벌한 뒷골목 풍경도 잊을 만큼, 착 가라앉은 감정선이 편하다. 이렇게 맞지 않는 사람이랑 있어도 차분해질 수가 있구나.

 

 "...운하,"

 

 "응?"

 

 사람이 그렇게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 한가운데에서 화란이 입을 열었다.

 운하는 그의 질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전에 한 번 들은 적 있는 그의 말은, 운하에게 있어선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화란은 그 특유의 무표정으로 운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입을 떼는 순간,

 

 "역시 경찰이-."

 

 

 피슉-.

 

 

 

 

 한 순간이었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 하나 내지 않고서, 가뿐히 바람을 가로지르는 총알은 빨랐다.

 무언가의 충격과 함께 지면에 부딪히는 고통까지.

 화란은 그의 시야가 훅 내려가는 것만을 느꼈다. 그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제 바로 앞 바닥에 떨어지는 핏방울이 보였다.

 

 "허억,"

 

 겨우 숨통을 트고서야 비틀거리며 서있는 운하가 눈에 들어왔다.

 

 "아오, 씨... 새끼들이 진짜..."

 

 그는 한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가락 사이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화란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운하가 고개를 숙인 반대편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많고도 많은 폐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굳게 닫혀있는 다른 창문과 달리 열려있는 창문도.

 

 '저격인가.'

 

 거리가 꽤 되는 곳인지라 지금 바로 뛰어간다고 해도 총을 쏜 자식을 잡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운하의 상태가 더 시급했다.

 

 "운하, 괜찮으십니까?"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는 인상을 잔뜩 쓰고서 운하를 살폈다. 얼굴 한 쪽은 피범벅이었지만, 다행히도 총알이 살짝 스쳐지나간 정도에서 그친 것 같았다.

 화란은 재빨리 그의 안주머니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 상처 부위에 가져다 주었다.

 

 "대체 뭡니까? 제가 사고 좀 작작 치고 다니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하하... 저게 나를 노린 것으로 보이던가?"

 

 "...예?"

 

 운하는 잠시 손수건으로 상처를 받치고 있다가, 곧 고통은 느껴지지도 않다는 듯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화란의 얼굴에 한순간 비쳤던 붉은 레이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곧 그의 얼굴에는 피식, 하고 미소가 피었다.

 하지만 느긋한 평소의 웃음이 아니라, 어딘가 잔뜩...

 

 "아.. 안 그래도 자네를 아니꼬워하는 이들이 좀 있었거든.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총알이 날아왔을 폐건물을 보며, 운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딘가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화란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전에도 함께 일을 나갔을 때 얼핏 본 적은 있는 것 같았다.

 특별히 그때만 화날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전에도 화란을 뒤에서 치려고 했던 새끼들인가.."

 

 운하는 속으로 욕을 잔뜩 읊조렸다.

 이런 습격을 받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 처음은 아니었지만 왜인지 화가 계속해서 났다.

 

 몇 번 같이 일했다고, 벌써 화란에게 정이라도 들어버린 건지.

 그는 주먹을 꽉 쥐고서 있는 화란을 흘끔 보았다.

 

 자신더러 경찰로 전직하는 건 어떻냐니.

 정의를 그렇게나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 싶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계속해서 경찰 쪽으로 회유하려는 그의 모습은, 왜일까.

 처음과 다르게 싫지가 않았다. 내치고 싶은 것도 더더욱 아니었고.

 

 "그래도 이대로 두면 상처에 좋지 않습니다..! 치료라도 하러 돌아가죠. 어서요!"

 

 화란은 뭐가 그렇게 안달인지 운하의 손목을 잡고서 어딘가로 이끌려고 했다.

 이렇게 저격으로 노려진 부분은 충분히 놀랄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진땀을 흘릴 일은 아닌데.

 

 운하는 이런 일에 익숙해진 자신이랑은 다르겠지, 싶었다.

 

 "아야야... 하아.. 괜히 자네를 지키겠다고 이게 뭔가.."

 

 운하는 괜히 심각해진 분위기를 풀려고 엄살을 피우기 시작했다.

 

 "얼굴에 흉터가 하나 더 늘겠군, 이거.. 어떡할 건..."

 

 하지만 잔뜩 찡그려진 화란의 얼굴을 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화란은 운하의 얼굴에 남은 핏자국이 온전히 자신의 탓처럼 느껴졌다.

 노을빛에 비친 운하의 얼굴에 잠시 신경이 쏠려버렸다고 경계심을 늦추다니.

 

 시선이 왜 가게 되었는지는 지금 당장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의 장난기가 담긴 엄살마저 진지하게 들릴 줄이야.

 

 "...지금은 괜찮네. 한 번 들킨 이상 다시 덤벼들긴 힘들 테니까. 얼른 돌아가는 게 좋겠지만.."

 

 운하는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하며, 화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안심해도 된다고. 그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건만.

 

 지금 당장 저렇게 절박해 보이는 화란의 얼굴 앞에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 후로 둘은 무사히 가까운 큰 길가로 나올 수 있었다.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들어와서야 화란의 긴장도 차츰차츰 줄어들었다.

 

 "...잠깐만,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

 

 "당연히 병원이지요. 아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아니, 그냥 스친 상처인데.. 이 근처에 약국에서 연고만 사서 발라도 충분할 건데 굳이.."

 

 "잔말 말고 따라오십시오!"

 

 운하는 한숨을 푹 내쉬며 화란의 뒤를 따랐다.

 아까 전 잠시 잡았던 손에서 아직까지도 화란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이렇게 챙겨주는 모습도 보기 힘들 테니, 좀 더 화란의 뜻대로 따라줄까...

 

 아니면 조금 더 칭얼거려 봐?

 

 하지만 그랬을 때의 후폭풍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운하는 병원에 도착해서 아주 극진한 치료를 받고서야 시름을 푹 놓은 듯한 화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 계속해서 화란을 신경쓰고 있었던 운하도 기분이 한 층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제 얼굴을 보자마자 놀라던 의사 양반의 얼굴이 얼마나 웃겼던지.

 

 그리고 그 양반의 태도를 보고서 화란의 위치가 어느 정도 된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학교는 수석으로 졸업하고서, 요즘엔, 뭐. 내 도움도 있었지만 나름 성과도 올리고 있고. 나이는... 27?"

 

 "...제 뒷조사까지 하신 겁니까?"

 

 자기가 3살이나 어리다니. 운하가 그걸 알았을 때 나름 놀랐었다. 애초에 나이에 대해선 신경 쓰지도 않고 있었으니. 자기보다 더 어리던, 동갑이던 놀랐겠지.

 

 "당연하지. 요 근래 들어 일도 돕고 경찰,.. 이 되라고 달달 볶지 않았나."

 

 "그걸로 사람의 뒷조사를 할 이유가 생기진 않습니다."

 

 화란은 미간을 좁히고서 운하를 노려보았다.

 운하는 뒷조사를 한 것에 대해 당연히 화가 났겠지, 싶었다.

 하지만 화란은 반창고가 붙여진 그의 상처를 노려보고 있었다. 운하 정도 되는 인간이 제 뒷조사를 하지 않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은 더 안 물어보는 건가?"

 

 느긋하게 가까운 주변을 걸으며, 운하가 물었다.

 

 "뭘 말입니까?"

 

 "경찰 할 생각 없냐고."

 

 "..."

 

 화란은 아까 전 하려던 그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곧 함께 뒤따라 생각나는 짧은 총성에 눈을 질끈 감았다.

 

 "...왜요, 그렇게 들어오고 싶어졌습니까?"

 

 "그건 아니지."

 

 운하는 피식 웃었다.

 

 얼굴에 나 있는 흉터에, 부분부분 화려한 장신구, 이상한 앞머리까지.힐끔힐끔 그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면 시선을 아예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하지만 운하를 보며 자연스래 그 옆에 있는 화란에게까지 눈길이 가는 건 썩 달갑지 않았다.뭐, 화란이 못난 편은 아니니까.

 

 단정하게 틀어올려진 긴 머리와 지적으로 보이는 안경.차분해 보이는 인상은 그가 입은 정장과 매우 잘 어울렸다.

 

 '내가 없어도 평소에 이런 시선들을 받겠지..'

 

 왜일까, 아까 전 화란의 미간 정중앙에 붉은 레이저가 비쳤을 때부터 계속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자신을 귀찮게 하는 선비야 사라지면 좋을 텐데.

 평소엔 이렇게 누구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눈길조차 가지 않았는데 어쩐 일일까.

 

 "하아...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응? 벌써?"

 

 운하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들려온 화란의 말에, 반사적으로 그의 생각이 바로 튀어나가 버렸다.

 

 '아차,...'

 

 아니나다를까, 화란도 이상하게 여겼는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벌써라뇨? 평소엔 그렇게 싫어하시더니. 헤어지는 시간이 가장 좋은 때가 아니었습니까? 아니면, 정말 경찰이라도 될 생각이..."

 

 "허, 참, 그냥 말해본 것 뿐일세! 나 없으면 자네가 누군가에게 노려져도 지켜줄 사람이 없지 않나. 그냥, 응? 자네가 괜찮을까, 싶어서. 걱정해서 던져준 말일세!"

 

 "..."

 

 화란은 어이가 없어져 입을 다물었다.

 

 "....검찰청에 그 누가 습격을...?"

 

 "하, 할 수도 있지 왜 그러나.. 자네랑 있다보니 너무 피곤해졌어. 이만 가보겠네! 할 얘기 있으면 다음에 또 하고."

 

 그 말을 끝으로, 운하는 바로 뒤를 돌아 화란에게서 멀어졌다.괜히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운하는 정말로 자신이 경찰 일이라도 하고 싶어 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온갖 규칙에 얽매여야 하고. 단독 행동도 안될 거고. 사회생활도 피곤하게 해야 하고, 딱히 멋져 보인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그건 아닌가.."

 

 가끔 멋져보이는 경찰쪽 인간이 한 명 있기는 했다.가끔.

 

 ....정말로 가끔.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맛있는 디저트나 먹으며 쉬어야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근처 카페로 발을 옮겼다.

 

 "..."

 

 그리고 한 편 화란은, 멀뚱히 운하와 헤어진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일이 생기면 귀부터 붉어지는 편인가.'

 

 아마 서로가 지금 서로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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